비타민-C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괴혈병의 발병과 치료를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과학의 한 분야로서 영양학이 확립되는 데 가장 중요한 장(chapter)으로 위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비타민-C가 얼마나 생명 유지에 절실한 물질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비타민-C가 인류의 초기에는 사람에게서 생합성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류사의 초기에는 이 질환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몸에서 생합성이 불가능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로 그 시점부터 이 질병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되었거나 비타민-C에 대한 기록된 역사를 살펴보면 멀리 고대 이집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의 이집트연구가요 소설가인 게오르그 모리츠 에베르스가 처음 발견한 이집트의 한 파피루스에서 기원전 1550년경에 이미 이 질병의 증상에 대한 기록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오면 의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50년경에 현재 알려져 있는 괴혈병과 거의 똑같은 증상을 기술해 놓았습니다. 결국 그는 실질적으로 괴혈병에 대한 최초의 의학적 기술을 남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참 위로 올라와서 기원후 1309년에 불란서의 역사가 조안빌은 괴혈병을 십자군전쟁 때에 병사들의 구강과 다리를 공격하는 질환으로 기술하였습니다.

산발적으로 이 질환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지만 그래도 구체적으로 이 질병에 대한 관심이 세인에게 드러난 것은 오랜 기간 바다생활을 해야 했던 선원들의 생활로부터였습니다. 즉 1497년에 바스코다가마가 동인도로 항해하던 도중 수개월 사이에 선원의 약 60%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죽어간 사건에서 시작되었는데 죽어가는 환자들에서 공히 나타났던 증상 중의 하나가 잇몸이나 구강 점막 등에서 쉽게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 질환에는 소위 ‘괴혈병(壞血病, scurvy)’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 후 1535년 겨울에는 프랑스의 탐험가인 까티에르가 캐나다로 항해하는 동안에 바스코다가마가 경험한 비슷한 사건을 경험하였던 바 탐험 도중에 만난 원주민들로부터 소위‘괴혈병’에는 신선한 나뭇잎이 특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그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주스를 마시고 죽어가던 선원들이 거의 하룻밤 사이에 무서운 괴혈병으로부터 낫게 되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15, 16세기의 유럽에서는 괴혈병은 거의 천형(天刑)과 같았습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모든 병이 이 괴혈병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제임스 린드라는 영국 해군 외과 군의관은 1747년에 12명의 선원 중 괴혈병에 걸린 6명의 선원에게 레몬 주스와 오렌지 주스를 먹게 하여 이 두 과일 속에 있는 어떤 물질이 괴혈병에 매우 효과가 큼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신대륙 미국에서는 1850년대에 금광을 찾아서 서부로 많은 사람이 몰려오게 되었는데 이 때에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괴혈병으로 고생하게 되었고 수만 명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괴혈병에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진 오렌지의 재배가 성행하게 되어 오늘날 캘리포니아주의 대규모 오렌지 농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1907년에는 노르웨이의 홀스트 박사와 프로리히 박사가 기니픽(일종의 쥐)에서 실험적으로 괴혈병을 발생시키고 발생한 괴혈병을 치료하는 데 녹색야채가 매우 효과적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서는 이 물질을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녹색야채를 먹지 않으면 괴혈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비타민(vitamin)의 어원을 생각해 보면‘vital(생명의) + amine’의 합성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 성분 중에 질소를 함유하는 amine(-NH2)을 가지는 물질을 vitamine이라고 명명하게 되었으나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이러한 물질이 여러 종류가 보고되었는데 반드시 amine을 함유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이름의 끝에서 ‘e’를 뺀 비타민이 되었습니다. 특히 비타민-C의 경우 그 구조 속 어디에도 amine(-NH2)이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탄수화물입니다. 비타민-C를 일명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이라고 하는데 이는 항괴혈병성인자(抗壞血病性因子) 즉, anti-scorbutic acid가 줄어서 나온 말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928년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인 쉔트 지오르기 박사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소의 부신(副腎), 오렌지와 양배추잎에서 비타민-C에 해당되는 물질을 분리하였으나 이 물질이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헥수론산(hexuronic acid)이라 이름하였습니다.

드디어 1932년에는 미국의 글렌 킹 박사와 워프 박사가 피츠버그대학에서 레몬 쥬스로부터 이 물질을 추출하여 괴혈병에 걸려 있는 기니픽을 치료하는 데 성공함으로 소위 비타민-C를 실질적으로 추출하고 괴혈병이 이 물질의 부족으로 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하였습니다.

1933년 스위스의 과학자 라이히슈타인이 처음으로 비타민-C를 생합성하는 데 성공하고 그로부터 실험적으로 비타민-C가 대량적으로 합성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38년에는 드디어 비타민-C의 공식적 화학 명칭으로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이라는 이름이 학문적으로 전 세계에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때 분명 비타민-C는 건강에 좋은 물질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감기에 좋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미용에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항암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비타민-C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습니다.

비타민-C는 동물과 식물 모두에서 흔히 포도당이라 불리는 글루코오스(glucose)나 갈락토오스(galactose) 등의 당질 전구물질로부터 합성되는 일종의 탄수화물입니다. 비타민-C의 역사 부분에서 다루어졌듯이 화학적으로는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이라고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식물 모두에서 합성될 수 있다고 했지만, 동물의 경우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와 기니픽(Guinea pig)이라는 실험동물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체내 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이 물질의 부족 현상은 괴혈병(scurvy)이라 하여 신체가 전체적으로 허약해지고, 피부에 점상출혈이나 반상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잇몸출혈과 골막하출혈 등이 보이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뼈의 발육에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비타민-C의 중요한 생화학적 특성은 비타민 A, D, K, E 등이 지용성인 것과는 달리 수용성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비타민-C는 아주 중요하게 특기할 만한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임상적으로도 비타민-C 과용이나, 사용에 의한 의미 있는 부작용은 보고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비타민-C 섭취에 대한 적극적인 방법들이 각처에서 보고되며 시행되고 있습니다.
비타민-C의 기능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이 물질의 흡수에 관한 지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소량의 비타민-C는 십이지장이나 회장의 상부에서 즉시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량으로 복용했을 때(흡수의 양상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제한적으로 흡수되며 흥미로운 사실은 흡수된 비타민-C가 조직 내에서 결코 균등하지 않게 분포한다는 것입니다. 부신이나 눈의 망막에 매우 많이 분포하고 다음으로 간, 비장, 장, 골수, 췌장, 흉선, 대뇌, 뇌하수체, 콩팥에 상당량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비타민-C의 기능은 그 생화학적 성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특징은 항산화제로서의 역할입니다. 즉 자기 스스로 산화됨으로 다른 물질의 산화를 막아 주는 역할입니다. 화학적으로는 환원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매우 안정적이지만 용액 속에서는 매우 불안정하여 쉽사리 산화가 되어 버립니다. 열이나 빛에 매우 약하여 조리하는 과정 중에 손실되기 쉽고 심지어는 형광등 빛에 의해서도 산화되어 그 기능을 잃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C의 생체 내에서의 역할은 지금까지 알려져 온 사실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콜라젠(collagen)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생합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 단백질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분에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결합조직에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처가 났을 때 빨리 치유가 되게 하기 위해서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라는 것은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한 사실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편 괴혈병의 병리적 기전도 비타민-C의 부족으로 인해 콜라젠 단백질이 생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여러 출혈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비타민-C에 대한 모든 학문적 자료들을 가지고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비타민-C가 콜라젠 단백질의 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물들에게 있어서 비타민-C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식물에게는 콜라젠이라는 단백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자세히 언급된 것처럼 동물의 각 조직별 비타민-C 함유량을 봐도 콜라젠양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껏 알려져 온 콜라젠 합성에 관련된 비타민-C의 기능은 이 물질의 항산화제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결국 비타민-C에 관련된 기존의 교과서적 지식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조차 교과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비타민-C의 효능에 대한 지식은 바로 앞서 언급한 정도입니다.

비타민-C는 철분의 장내 흡수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철분이 간에 저장될 수 있게 운반해 주는 단백질의 이동에 필수적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비타민-C는 지방 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곧 간이나 혈중의 콜레스테롤치는 비타민-C가 부족하면 올라가고 충분하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타민-C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합성이나 분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예를 들면 아주 추울 때나 더울 때, 극도로 피곤한 상태, 화상이나 수술 후, 흡연 등)에서 비타민-C가 많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부가 합성이 증가되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래 전부터 지나친 알코올 섭취가 그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왔던 췌장질환이 알고 보니 단순히 비타민-C의 결핍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췌장학회 회장이며 여의사인 존 브러갠자 박사는 영국 서북부의 맨체스터 로얄병원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질환은 아닐지라도 비타민-C를 복용함으로써 급·만성 췌장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몇 해 전 과학기술원 화학과의 전무식 박사는 물의 형태에 대해서 보고한 바 있는데 모든 물은 오각수와 육각수의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하였습니다. 수돗물과 같이 일상적인 물은 오각수의 형태이고, 인체 혹은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은 육각수인데 가급적이면 육각수의 형태로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각수가 육각수로 변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 중의 하나가 비타민-C라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즉 오각수를 마시더라도 부분적으로 비타민-C에 의해서 육각수로 변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너무나 많은 비타민-C의 기능이 보고되어 있지만 필자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들은 이 글의 뒷부분에 상세히 소개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면역과 건강

 

면역이란 한자로, '면(免)'이라는 말은 '면제'된다는 뜻입니다. 한편 '역(疫)'이란 말은 질병이라는 뜻이지만 면역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될 당시에는 주로 전염병을 의미했습니다. 즉, 면역이라 함은 '전염병을 면제 받는다'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기실 면역학의 학문적 시작은 전염병이 커다란 사회문제의 하나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곤 한 중세부터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 1796년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으로 우두에 걸린 소의 혈청을 사람에게 주사하여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됨으로 예방주사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약 200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1876년 전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천연두 환자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되지 않게 되었고 그와 같은 현상이 3년간 지속된 1979년에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역사적으로 천연두라는 질환이 지구상으로부터 사라졌음을 선포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실로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거둔 역사적 쾌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면역학이라는 학문은 처음에는 당시 커다란 사회 문제였던 전염병과 관련되어 좁은 의미로 해석되었지만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우리 몸의 방어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전염병 면역학, 종양 면역학, 이식 면역학, 알레르기 면역학, 자가면역질환 면역학 등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 혹은 현상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방어 기능의 전문성에 따라 넓은 의미의 면역체계와 좁은 의미의 면역 체계로 나누는데 넓은 의미의 면역 체계는 대개 비특이적인 타고난 방어 체계(innate immunity)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피부를 예로 들어 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발달되어 있는 촘촘한 피부조직 그 자체가 병원균과 같은 외부 침입자를 막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음이 좋은 예가 됩니다. 피부를 통한 내부 통로의 하나인 땀샘 구멍이 자칫하면 병원균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생각되기 쉬우나 땀은 그 산도가 낮아서 병원균이 거의 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밖에도 우리에게 소중한 체온도 우리에게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지만 미생물들은 그 체온으로 인해 증식이 억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 혹은 감염시에 나타나는 고열 현상은 사실은 의학적으로 우리 몸의 방어기전 중의 하나입니다. 즉, 침입한 미생물이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할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눈물이나 타액에는 분해 효소가 존재하여 역시 미생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이상의 예들이 지극히 비특이적인 방어기구라고 한다면 조금 덜 비특이적인 방어 기구로 혈구세포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이들은 세균이 우리 몸에 침범했을 때에 비특이적으로 가장 먼저 해결사로 나섭니다. 피부에 작은 상처가 났을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작게 고름이 생기고 쉽사리 아물고마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즉,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가 그 균들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 좁은 곳으로 몰아 놓고 전쟁을 벌여 그들을 죽이고 자기들도 장렬하게 전사함으로 문제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습니다. 이 경우 사태가 해결되는 데 보통 48시간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 중에서 불행히 그렇게 끝나지 않고 좀 심하게 다쳐서 여러 날을 고생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아울러 기억합니다. 즉, 뻘겋게 부어오를 뿐만 아니라 여러 날 동안 쉽게 낫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온 몸에서 열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고 상처 주위의 림프절까지 퉁퉁 부어오르는 경우를 당한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에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의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감염의 경우 거의 대부분 앞에서 설명한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가 해결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간혹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때까지 설명된 면역 기능을 선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한다면 림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면역 반응을 흔히 후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이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AIDS가 바로 지금 언급된 후천성면역기능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즉, 림프구의 면역 기능이 상실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특이성입니다. 특이성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 침입한 균을 비롯한 외부 물질(이를 총칭하여 항원이라 함)에 대해 반응하는 림프구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큰 포식세포나 백혈구는 항원이 들어오면 근처에 있는 어느 세포(큰 포식세포 혹은 백혈구)나 침입해 들어 온 항원에 반응하는데 반해 림프구는 들어 온 항원과 특이적으로 반응하기로 되어 있는 림프구만이 그 항원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원과 그에 맞는 림프구가 만나는 데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실제 후천성면역반응은 항원이 체내로 들어 온 후 96시간(4일)이 지나야 비로소 작동됩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다른 특징은 기억 현상입니다. 즉, 한 번 체내로 들어 온 항원에 대해서는 담당 림프구가 기억을 하고 있다가 그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첫 번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리고 훨씬 강한 정도의 면역 반응을 나타냅니다. 그 결과 항원을 몸으로부터 제거하는 시간이 훨씬 빨라지게 됩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예방주사의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1786년 제너가 처음으로 실시한 우두주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천연두에 걸린 소의 혈청을 뽑아 열로 약화시킴으로 그 속에 있는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없앤 후 사람에게 주사해 줍니다. 이렇게 함으로 혈청 속에 약화되어 있는 바이러스라는 항원에 대한 기억을 림프구에게 심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진짜 천연두 바이러스가 감염에 의해 침입해 들어왔을 때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에 의해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침입해 들어 온 그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게 됩니다. 간염 예방주사, BCG 주사(결핵 예방주사) 등 수없이 많은 예방주사의 원리는 곧 이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기억력은 침입해 들어 온 항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개 평생 동안 유지됩니다. 즉, 몇 십 년 이상 유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自己)와 비자기(非自己)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몸 속에는 수없이 많은 항원성을 갖는 단백물질들이 존재하지만 이 자가항원(自家抗原)에 대해 면역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림프구는 림프구가 발달되는 동안에 모두 제거됩니다. 따라서 어떤 림프구도 자기 몸 속에 존재하는 각종의 물질에 대해서 면역 반응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특수한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되면 림프구들이 자가항원에 대해 면역반응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러한 병적 상황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것이 류머티스성 관절염, 류머티스열, 루푸스 등뿐만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같은 치명적 질환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후천성면역기능은 면역 반응을 주도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두 종류의 림프구로 나뉩니다. 항체를 분비하여 그 항체로 하여금 침입해 들어 온 항원을 제거하는 B림프구가 있는가 하면, 림프구 스스로가 나서서 항원을 제거하는 T림프구가 있습니다. 항체는 혈액을 타고 온 몸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혈액이 닿을 수 있는 곳에 항원이 존재할 경우 B림프구가 주도하는 면역 반응이 방어 기능을 나타내게 되고 혈액이 닿을 수 없는 곳에 항원이 존재할 경우, 예컨대 결핵균의 경우 감염이 되면 균이 즉시 세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항체가 그 균을 무력화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그 균이 감염된 세포 - 비록 자기세포라고 할지라도-를 죽이는 길만이 그 속의 균을 죽일 수 있는 길이 됩니다. 따라서 T림프구가 나서서 결핵균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 속에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미생물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 몸으로 침입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는 균의 침입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때마다 감염병에 걸려 고생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궁극적으로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이러한 후천성면역체계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속에서는 하루에 백만 개 이상의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후천성면역체계가 생기는 암세포를 즉시 살해함으로 암세포들을 제거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다소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복잡다단한 면역 체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질서에 감탄하며 아울러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