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학생

어눌한 말투에 순해 보이는 인상. 그러나 친구들은 그에게 "독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가 내면에 숨어있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올해 정시전형을 통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한 김대현(19·경기 늘푸른고 졸)군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독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김군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는 우등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위권을 유지하긴 했지만, 벼락치기로 내신 성적을 올렸을 뿐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공부보다는 늘 다른 것이 우선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이나 운동에 빠졌다. 방과후에는 늘 PC방으로 향했고 '학교 게임왕'으로 통했다. 당연히 외고 시험에 떨어졌다.

고교 1학년에 입학했을 무렵, 결정적 계기가 찾아온다. 학원 대신 학교에서 늦게 자율학습을 하던 김군을 좋게 본 선생님이 '교내 영어말하기 대회'에 나갈 것을 권유했다. 그야말로 '얼떨결에 나가게 된' 영어말하기 대회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더듬더듬 거리며 토종 발음을 구사하다 보기좋게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첫 마디를 하는 순간부터 주위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하는 연설 내용도 까먹어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김군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오히려 그것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자극이 됐다"며 "놀려대는 친구들에게 내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정말이지 모질게 공부했다. 우선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삭발에 가까울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친구들이 '동자승', '빡빡이'라고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좋아하던 게임과 운동도 끊고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에만 매달렸다. 고1 1학기 기말고사에서 평균 96.5점으로 전교 1등을 했다. 그는 "이때 '나도 하면 되는구나'를 느꼈다"며 "자신감이 생기자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방심은 자신을 망치는 독.

전교 1등을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호시탐탐 1등을 노렸다. 특히 자신과 늘 1등을 다투는 여자 학우 4명이 있었다. 김군이 잠깐 긴장의 끈을 놓으면 그들 중 한 명이 1등 자리를 빼앗아 갔다. 내신 뿐만이 아니라 모의고사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의의 경쟁은 자기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며 "그들 덕분에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군과 경쟁하던 여자 4인방은 모두 서울대에 들어갔다.

김군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방학이나 주말에도 늘 학교에 나갔다. 자율학습을 실시하지 않아 학교엔 아무도 없었지만 빈 도서관에서 혼자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겨울방학에는 학교 도서관에 난방이 되지 않아 추위에 덜덜 떨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절대 나태해지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학기 중일 때와 같은 시간에 등교해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방학 때는 평소 가장 자신이 없는 과목인 언어영역 공부를 했고, 학기 중에는 수업 때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고3 때는 모의고사 기출문제와 EBS 수능강의 시리즈를 수없이 풀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인터넷으로 EBS 강의를 들었다.

김군은 자신만의 독특한 공부방법이 있다. 스스로 과목마다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 모르는 이론이 나왔을 때나, 혹은 선생님이 중요한 문제를 강조할 때, 노트에다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노트에 필기하고 그것을 말로 한번 읽으면서 머릿속에 저장했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이것저것 문제집을 풀기보다는 '자신만의 교과서'를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대비했다.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중요한 부분이 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학 때 단과학원을 잠깐 다닌 것 이외에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김군은 학교 수업을 최대한 활용했다. 우선 선생님 말씀이 가장 잘 들리는 맨 앞줄에 앉았다. 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어 수업시간 내내 딴 짓을 안 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내신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성적을 잘 받았던 비결이다.



수업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표시해뒀다가 쉬는 시간에 반드시 물어봤다. 절대 대충 넘어가지 않고 이해가 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매일 교무실을 들락거려 모든 선생님이 김군을 알 정도였다. 김군은 "질문을 많이 하면 선생님들이 귀찮아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선생님과 친해지면 시험 정보뿐만이 아니라 힘들 때마다 고민상담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훌륭한 멘토 선생님들 덕분에 그는 슬럼프 없이 고교 3년 내내 상위 1%를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