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배우 중 0.05%만 스타…“절반 이상 돈 한 푼 못 벌어”
미디어다음 / 조윤정 미국 통신원
영화제 시상식장의 빨간 카펫, 끊임없는 터지는 플래시, 멋진 스포츠카, 할리우드 언덕의 아름다운 집, 각종 명품 의류. 할리우드 스타들의 삶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이것은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일부 스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무명 배우의 삶도 우리나라 무명 배우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명 할리우드 배우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1년 평균 임금 500만원 수준…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생계 꾸려
미국 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스크린 액터 길드라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노동조합에 소속된 배우는 약 10만 명 정도다.
그러나 10만 명 중 약 50명 정도의 배우들만이 스타급 대우를 받는다. 나머지 배우들의 평균 임금은 1년에 5000달러(약 500만 원) 수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을 계속하면서 돈을 버는 배우들은 나은 편. 노동청이 스크린 액터 길드에 소속된 배우들의 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할 정도로 배우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할리우드 노동조합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마크 칼튼(59)은 “할리우드 배우의 50% 이상이 돈을 1년에 한 푼도 벌지 못 한다”며 “영화사나 프로덕션의 배역 오디션이 주로 평일 오후에 열리고 배우들은 항상 이 오디션이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정규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명 할리우드 배우들은 식당 웨이터, 웨이트리스, 커피 전문점의 계산원, 할리우드 주변 술집의 바텐더 등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칼튼은 ‘토탈리콜’, ‘로보캅’, ‘네이비실’ 등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가 받는 출연료는 1000달러(약 100만 원)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 정도면 보통 배우들과 비교해서 많이 받는 편이다.
배우 경력 30년째인 칼튼은 현재 실직 상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섭외도 들어오지 않고 따로 일을 하는 것도 없다. 현재 소극장에서 헤밍웨이 소설을 1인극으로 각색해 공연해볼 계획이지만 후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할리우드 노동조합에서 한 달에 500달러(약 50만 원)씩 지급하는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동료 배우 중에는 연금도 받지 못하고 배우 인생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꿈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
할리우드의 또 하나의 상징 오스카상. 많은 무명 배우들이 오늘도 이 상을 거머쥐는 꿈을 갖고 할리우드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젊은 배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콜로라도주 덴버 출신인 조셉(23)은 저예산 영화와 미국 MTV의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항상 오디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셉은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오디션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닌다. 오디션이 없는 날에는 연기 수업을 받고 저녁에는 미국의 주요 영화사 스튜디오가 모여 있는 버뱅크 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한다.
조셉의 잘 생긴 외모 덕분에 그가 일하는 주중 저녁 시간에는 그를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여성팬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최근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고향인 덴버로 돌아갔다.
조셉은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찾아오는 좌절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셉의 부모가 그를 데리고 고향으로 간 것이다.
할리우드의 무명 배우 캐리(35)의 명함에는 ‘이삿짐을 운반하면서 감동을 주는 배우’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구는 캐리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꿈도 유명 배우가 되는 것이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삿짐 운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캐리는 이삿짐 운반을 하며 돈을 벌고 있기는 하지만 가난한 생활에서 쉽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캐리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25달러(약 2만 5000원)를 주고 중고 침대를 구입했다. 25달러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쓰는 유명 디자이너의 침대 시트 한 장 가격도 안 되는 돈이다.
오디션 보기 위해 준비할 것 많아…항상 가난에 시달려
많은 무명 배우들이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있지만 그 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버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철저한 외모 관리는 기본이고 항상 오디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연기 학원에도 다녀야 한다. 또 특별한 역할을 따기 위해서는 유럽식 영어 발음과 억양을 배우는 등 특수 강의도 들어야 한다.
또 오디션을 보기 위해 서류를 낼 때는 사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일명 헤드샷(Headshot)으로 불리는 얼굴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최소 몇 백 달러에서 많게는 몇 천 달러까지 써야 한다.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무명 배우들에게는 유혹의 손길도 많다. 할리우드 무명 배우들이 모여 사는 밸리 지역에는 각종 누드 클럽이 성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가 고비를 마신 사람들이다.
이렇게 할리우드에서 스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무명 배우들이 오늘도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며 할리우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배우의 꿈을 안고 아칸소주에서 올라온 오브리(39)는 “부모님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무척 가난하게 살고 있다”며 “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가 돼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스 할리우드 지역에서 수십 년간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후배 배우들을 양성하고 있는 연기 지도자겸 배우 데이비드 칵스(67)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충고의 말을 던졌다.
데이비드는 “단순히 부자가 되겠다는 꿈만으로 배우가 되려는 것은 어리석다”며 “진정한 배우라면 돈과 명예를 좇아서는 안 되며 가난하더라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