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잘나가던 도요타와 소니가 하루 아침에 고꾸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곳곳에서 연일 승전보를 전해 오고 있는 한국 기업은 이대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최근 분기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LG전자도 작년 매출이 사상 최대인 50조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 성공가도를 달릴 때일수록 더욱 강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업의 ‘가치’이다. CEO들에게 ‘가치관 경영’을 강의 전파하고 있는 문달주 IGM 부원장(경영학 박사)은 “위대한 기업은 전략도 돈도 아이디어도 아닌 바로 꿈과 가치로 경영된다”고 말한다.
▲ IGM 문달주 부원장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겠습니다"
지난 2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리콜 사태와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에서 소비자에게 사죄하며 한 말이다. 2007년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부흥을 이끌며 GM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로 등극하던 도요타의 영광은 채 3년이 가지 않았다. 도요타를 배우자고 하던 책들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몇 년 전에도 우리는 일본 대표 기업의 몰락을 목격했다. 90년대를 풍미하며 일본 기업의 위상을 떨치던 소니는 2000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2003년 4월 주가가 하루에 13% 폭락하는 소니 쇼크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 사이에 소니 주가는 45% 급락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도요타와 소니의 닮은 꼴 실패
두 기업의 몰락은 닮은 점이 많다. 도요타가 최고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요인은 ‘품질’면에서 전적인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부터 북미에 진출한 이들의 신화는 고장이 없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 공장의 작업자들도 라인을 멈출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을 만큼 철저했다.
소니 역시 이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원동력이 있었다. 바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로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만들어내도록 만든 ‘소니이즘’ 즉, ‘창조와 도전 정신’이었다. 이런 가치 아래 ‘워크맨’을 비롯해 ‘캠코더’ 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몰락하기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가치는 흔들렸다. 도요타는 원가절감을 안전보다 우위에 두었고, 소니는 땀 흘려 얻은 ‘혁신적 제품’보다는 가격을 내려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우선했다. 결과적으로 도요타는 인명피해를 가져올 만큼 안전에 문제가 생겼으며, 소니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의 맥이 끊기고 말았다.
기업들의 존재 이유는?
기업은 ‘이윤’을 위해 존재할까? 한때 일류를 자랑하던 이 두 기업은 ‘가치’를 쫓으면서 성공의 자리에 올랐고, ‘이윤’을 쫓으면서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다면 왜, 기업에게 ‘가치’가 중요한 것일까? 가치는 내부적으로는 직원 행동의 지침이 되며, 외부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것이자 소비자가 그 기업에게 기대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치’가 흔들리면 의사결정이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약속한 것을 줄 수 없게 된다. 기대를 실망시키는 기업을 어떤 소비자가 좋아하겠는가? 즉, 도요타 직원이라면 ‘안전’과 ‘원가절감’의 사이에서 당연히 ‘안전’을 택해야 하고, 소니 직원이라면 ‘단기이윤’과 ‘창조’ 중에서 ‘창조’를 택해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몰락 몇 년 전부터 내부적인 가치의 혼란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고, 당연히 이는 큰 실패로 이어졌다. 소비자 역시 도요타에게 기대하던 ‘안전’과, 소니에게 기대하던 ‘창조적인 제품’이 어긋나자 이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한국 기업들, 성공할 때를 조심하라
이런 사례들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기업들의 몰락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최근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산하에 ‘한국실’까지 설치하고 최근엔 한국을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다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한국 배우기’에 한창이라고 한다. 기쁜 일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우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고객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라고. 그리고 만약 아직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확고한 가치가 없다면, 또한 직원들이 일하는데 지침이 될만한 확고한 가치가 없다면, 그것부터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대가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거대 기업이 몰락하는 5가지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기업의 큰 성공으로 자만을 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자만으로 인해 원칙이 없이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위험 경고가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단계이다. 네 번째는 무분별하게 회생 방안을 내놓지만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단계이고, 마지막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추락하는 단계이다.
도요타와 소니는 원칙 즉, 이들의 가치를 무시하고 무리한 글로벌 진출 등 사업을 확장했고, 결국 네 번째인 추락 단계에 도달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금융위기에도 세계 어느 국가의 기업들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가 ‘삼성’, ‘LG’같은 기업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가치가 있는가? 아무리 우리 기업에서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더라도 소비자 머리 속에서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는 반 쪽짜리 가치이다. 예를 들어, ‘혁신과 창조’를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우리가 ‘혁신과 창조’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기업은 애플과 3M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가치를 세운 것뿐 아니라, 창조적으로 일하는 문화나 제도를 만들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기업의 가치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일치한다. 그리고 이럴 때 가치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 기업들도 가치를 규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알리는 단계 없이 사업을 확장한다면 예외 없이 기업 몰락의 단계를 밟게 될 것이다. 짐 콜린스가 말한 5단계를 살펴봄으로써 경각심을 가지고 현재 우리의 상태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P&G의 전 CEO A.G. 래플리, IBM의 샘 팔미사노에겐 공통점이 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기업에 부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내부적으로 의사결정 할 때 있어서 우선시 해야 할 가치들을 재정립하고 이를 조직 내에 살아 숨쉬도록 끊임없이 강조한 것이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계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겠다’고 한 것처럼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도요타와 소니 역시 본래의 가치를 찾고 추구하는 것에서 회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 경영은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멀리 있는 결승선을 보고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 가깝다. 길고 긴 마라톤에서 우리 기업이 항상 의지해야 할 것은 ‘가치’를 지키는 것이란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