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실패의 법칙’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기업에서 출시하는 신제품의 80~90%는 실패하며, 개인이 직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도 10% 안팎에 불과하다. 기업도 개인도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런데 실패는 반드시 나쁜 걸까? 혼다의 창업주 혼다 노이치로는 “나의 성공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반영해 매해 ‘실패왕’을 뽑아 100만 엔 가량의 격려금을 수여하고 있다. 실패를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실패를 잘 관리해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편집자주)





영국의 유서 깊은 ‘베어링스(Barings) 은행’을 아는가? 232년 역사의 베어링스 은행은 1995년, 일본 주식에 투자했다가 13억 달러(현재 가치 기준 약 1조 4000억 원)라는 거액을 날린 한 직원에 의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파산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악마의 손’이란 별명까지 붙었던 파생상품 담당 딜러 닉 리슨은 지금 그 대가를 치루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다. 그는 최근 은행들에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무모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연을 하며 지내는데, 1회의 강의에 1만 달러를 받을 만큼 인기 강사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값비싼 실패를 한 그에게 사람들이 앞다투어 배우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실패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즉, 계속 두면 더 큰 실패를 부르지만 실패를 거울삼아 배우면 성공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규칙이 있다. 먼저 실패가 숨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드러내야 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해 성공의 초석으로 삼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



실패, ‘누가’가 아니라 ‘왜’를 먼저 물어라
“이거 대체 누가 그랬어? 당장 담당자 데려와!” 조직 내에서 실패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 아닌가? 이처럼 실패 이후에는 책임추궁부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숨기기 급급해진다. 하지만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첫 단추는 ‘책임추궁’이 아닌 ‘원인 규명’이다.



도요타의 사례를 살펴보자. 우수한 품질로 정평이 난 도요타. 하지만 이들에겐 품질관리 부서가 따로 없다. 실제로 1980년 이후 품질관리부서와 품질 검사를 없앴다. 그럼에도 도요타의 불량률은 2ppm 수준 즉, 100만 개 중 2개 정도 수준으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할 만큼 빈틈이 없다. 비결이 뭘까? 도요타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 이유를 찾는 질문을 최소 5번 이상 한다. 이를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기계를 다루다 손을 크게 다쳤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보통 개인의 부주의나 기계의 결함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도요타에서는 다음과 같이 5번 ‘왜’를 묻는다. 첫째, 왜 손을 다쳤는가? 손을 기계에 넣었다. 둘째, 왜 넣었는가? 기계가 작동하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 셋째, 왜 보이지 않았는가? 조명이 어두웠다. 넷째, 왜 조명이 어두웠는가? 최근 공장 환경의 유지, 보수에 소홀했다. 다섯째, 왜 소홀했는가? 유지, 보수의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처럼 5번 질문을 해봄으로써 애초에 생각한 원인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원인파악 후 이를 즉시 개선한 다음 그래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그 때 책임자를 파악해 책임지도록 한다.





실패가 숨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임자를 비난하는 문화도 바꾸어야 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 아동병원(Children’s Hospitals and Clinics of Minnesota)의 사례를 보자. 의료사고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뿐 아니라 큰 규모의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다. 이 병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무엇 때문에 실수가 잘 드러나지 않는지 생각했다. 그는 실수나 사고에 대해 비난하는 문화가 실수가 드러나는 것을 막게 한다고 판단, ‘비난하는 어감 없이 보고하기’라는 정책을 폈다. 이 정책은 ‘오류(errors)’와 ‘조사(investigations)’와 같은 다소 부정적인 용어 대신 ‘우연한 실수(accident)’나 ‘분석(analysis)’같은 중립적인 어감의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병원 내에서 환자가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이나 정책, 시스템 등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 전반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결국 이 병원에서는 의료 사고나 실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패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라
다음으로 실패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한다. 일본의 과학기술진흥기구에는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패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여기에는 1200개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실패 사례가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 IGM 제공



이 DB에는 실패 사례의 개요부터 배경 및 대처방안까지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실패 원인과 관련해서는 실패가 일어난 당시에 생각한 추정원인을 쓰고, 정식 조사 후 진짜 밝혀진 원인도 추가한다. 또한 사례와 비슷한 다른 사례도 기술하게 해서 비슷한 실패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파악해보게 하고, 사회와 기업에 미친 영향까지 기술한다. 이를 통해 자주 발생하는 실패를 정리하고,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도요타 역시 실패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들은 실패 사례를 A3용지 한 장으로 작성하고 보고하게 한다. 여기에는 배경설명, 현상파악, 목표설정, 원인분석, 대안제시, 향후계획, 추가업무라는 7개의 박스가 있어, 이를 작성하면서 각 항목별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 보고서는 회사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글 보다는 도표나 이미지를 사용해 누구나 한 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상사는 이를 점검해 잘못된 점과 보완할 점을 이야기해주어 향후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처럼 실수를 없애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도요타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태어날 수 있었다.






▲ '실패학' 창시자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68) 도쿄대 명예교수 / 조선일보DB



삼진아웃을 많이 당해야 홈런왕이 된다
마지막으로 실패가 새로운 창조의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 그는 통산 714개의 홈런을 쳤다. 그런데 그는 홈런 수의 2배 가까운 1300개 이상의 삼진을 당했다. 만약 베이브 루스가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풀스윙을 하지 않았다면, 그가 과연 위대한 홈런왕이 될 수 있었을까? 인류의 밤을 밝혀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1000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후 그는 이야기했다. 나는 999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전구가 켜지지 않는 999가지의 이유를 안 것이라고.



이처럼 위대한 성공과 창조는 실패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 실패에서 배우고 이를 활용하여 창조의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창조적인 기업일수록 실패에 관대하며,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한다. 전자, 통신에서 의료, 사무용품 등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3M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다양한 제도로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먼저 업무 시간의 15%를 업무 외의 일에 쓸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딴 짓’을 하도록 장려한다. 또한 사내에서 기술 세미나를 여는데, 이 때에는 실패한 사례까지 모두 보고하도록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실패했어도 그로부터 교훈을 얻은 연구원들에게 ‘실패 파티’를 열어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M의 ‘포스트-잇’도 이런 제도 하에 탄생할 수 있었다. 1970년에 3M의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지만, 끈적이지 않는 이상한 접착제를 개발하게 됐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이 실패한 발명품은 사장되었겠지만, 그는 이를 사내 기술 세미나에 보고했다. 그 때 다른 연구원이 이 기술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접착 노트’를 만드는데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스펜서 실버와 함께 포스트-잇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제품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3M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처럼 제도나 지원을 통해 숨어있는 실패를 드러내 창조의 초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패학의 창시자이자 대가인 하타무라 요타로 동경대 교수는 실패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실패는 기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감출수록 커지고 악화되다가도 일단 드러내기 시작하면 성공과 창조를 가져온다.”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기업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기업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가 가진 얼굴은 기업마다 다르다. 우리 기업의 실패가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사다리로 만들 것인지는 기업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