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Forbes)는 멕시코 거대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71)의 재산이 지난해 740억달러(약 83조원)로 집계돼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년 전보다 205억달러가 늘어난 액수로 작년(2010)에 이어 2위에 오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의 격차는 180억달러로 벌어졌습니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카를로스 슬림은 남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아메리카 모빌 등을 자회사로 둔 카르소그룹의 명예회장입니다.

카르소그룹은 유·무선 통신을 비롯해 금융·외식·담배·타이어·호텔·방송·인터넷 등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시피 한 재벌그룹입니다. 이런 문어발식 사업을 빗대 '멕시코에서는 슬림의 재산을 불려주지 않고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경제적 성공에는 14살 때 혼자 멕시코로 이주해 부동산 투자 등으로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경제 교육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사용내역을 사탕 하나까지 용돈기입장에 적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또 일찌감치 투자를 경험하게 해 슬림 회장은 12살 때 이미 멕시코은행의 주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된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수백만달러의 종자돈을 갖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습니다. 20대 때 이미 자산 규모를 수천만달러로 불렸습니다. 40대에 접어든 1980년대 초 멕시코 경제가 위기에 빠져 많은 부자들이 멕시코를 떠났을 때 반대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멕시코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당시 헐값에 사들인 기업 중에는 나중에 그 가치가 매입 당시의 3000배까지 치솟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개인생활은 검소하다고 합니다. 서른 살 때 구입한 집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신흥국 투자전문가 마크 모비우스는 "슬림 회장의 옷차림이 너무 검소해서 오히려 내가 차고 있는 시계 등이 화려해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멕시코 유선통신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영통신사 텔멕스를 인수할 당시 독점권을 부여받는 등 정치권과 결탁해 그동안 각종 이권을 누려 왔다는 것입니다. 또 빌 게이츠 같은 다른 거부(巨富)들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가난은 자선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사업가는 기업을 튼실하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