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을 찾았던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 차림을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하는 바람에 한동안 '드레스 코드(dress code)'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몇 년 전 국회에서도
강기갑 의원의 한복 차림, 유시민 의원의 흰색 면바지에 초록색 티셔츠 차림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드레스 코드란 자리의 목적에 따라 갖춰야 할 옷차림새다. 각계의 드레스 코드를 살펴보았다.
- ▲ 유시민 의원이 지난 2003년 국회 본회의장에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등원한 모습.
◆외교·국빈만찬
노태우 대통령 시절 남미 정상을 위한 청와대 만찬의 드레스 코드는 '세미 정장'이었다. 그런데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비서진이 드레스 코드를 잘못 이해해 혼자 배에 붉은색 띠를 두른 연미복 차림으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주한외교 사절 등 참석자들은 넥타이도 매지 않은 편안한 복장이었다. 만찬 후 상도동 자택으로 가던 김영삼 대표는 한강대교를 지나던 중 앞자리에 앉은 비서에게 "차 세워라. 뛰어내려라"고 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조태용 외교통상부 의전장은 "국빈만찬 등 연회 때 드레스 코드는 정장이 기본이며, 여자들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복이나 정장드레스를 한다"고 말했다.
◆국회
2003년 재·보선에서 당선된 유시민 전 의원은 의원선서를 위해 등단했다가 의원들이 그의 복장을 문제삼으며 30여명이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그로 인해 국회뿐만 아니라 방송 시사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앞다퉈 다룰 만큼 드레스 코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신중돈 국회 홍보기획관은 "국회 본회의 출입을 위한 특별한 드레스 코드는 없다"며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 게 관례였지만 강기갑 의원이 한복으로, 유시민 의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등단하면서 복장 관행을 깼다"고 말했다.
◆호텔
신라호텔은 지난해부터 뷔페식당을 이용할 때 한복 입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해왔다. 호텔 측은 뷔페식당 특성상 고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복치마가 길어 종종 다른 손님이 밟게 되고, 처진 소매가 음식에 닿는 등 불편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도 호텔 측은 "입장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며 "직원이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복은 위험하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라호텔뿐만 아니라 국내 고급호텔의 대부분 식당들은 복장 규정을 두고 있다. 제삼자에게 불편을 주거나 혐오감을 주는 차림은 제한한다. 슬리퍼나 핫팬츠 차림이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프랑스 식당의 드레스 코드는 엄격하다. 그랜드힐튼 호텔 프랑스식당 '시즌즈'는 정장 차림이라야 입장이 가능하다. 23년 전 개장 때부터 입구에 드레스 코드를 명시해온 그랜드 하얏트호텔 클럽 'JJ마호니'는 군복이나 찢어진 바지 차림을 금한다. 그랜드힐튼 김정기 상무는 "호텔이 대중화되면서 특별한 복장 규정도 사라지는 추세지만 고급식당은 예약과 동시에 드레스 코드에 대해 묻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공연장
공연장에서도 복장을 두고 관객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세미정장 차림의 관람을 유도한다.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에도 복장 제한규정은 없다. 하지만 핫팬츠나 힙합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입장하는 관객들에 대해서는 주위를 환기시킨다.
◆골프장
골프장도 드레스 코드가 엄격한 편이다. 남자들의 경우 반바지 차림, 여자들은 지나치게 짧은 치마 차림은 제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반바지 차림에 대해 규정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라운딩시 반바지를 입은 남성 골퍼는 반드시 긴 양말로 종아리를 가리도록 하고 있으며, 여자 골퍼들의 민소매 차림도 제한된다.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드레스 코드는 서구만의 문화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부터 의관정제(衣冠整齊)라는 드레스 코드가 있었다"며 "특정한 장소나 행사에 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본적인 차림을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 ▲ 김영삼 전 대통령/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