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씨, 기자 출신 딸과 자서전 내
6·25 참전 후 노르웨이行… 역경 끝에 라면 전파 대성공
"아버지 일생 들으려 한 달간 매일 얘기 나눴죠"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한국서 태어나 6·25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노르웨이로 와서 성공한 얘기를 들려주곤 하셨어요. 내 아이들도 커서 할아버지 스토리를 알았으면 해서 썼습니다."'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74)씨가 셋째 딸 이리나 리(35)와 함께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는 책을 냈다. 기자 출신 이리나 리가 쓴 아버지 자서전이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Det sa min far(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라는 제목으로 낸 책을 번역하면서 개작했다. 부녀가 최근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했다.
- ▲ 기자였던 딸 이리나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판 자서전을 낸 ‘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씨는 “일단 출발했다면 우물쭈물 하지 말고 어떻게 꿈을 완성할지만 생각하고 노력하면 누구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철호씨는 1964년 독일 여성과 결혼해 세 딸을 뒀다. 이리나 리는 막내로,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노르웨이 일간지 '베르겐스 티덴드(Bergens Tidende)'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노르웨이 타임스 뉴욕 특파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오슬로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다.
딸은 2008년 봄 아버지 자서전 집필에 나섰다. 부엌에서 한 달간 거의 매일 아버지와 얘기를 나눴다. "하루 3~4시간씩 질문하면서 컴퓨터에 받아 쳤어요. 자주 들어온 얘기지만 기자답게 객관적으로 쓰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더 객관적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 얘기도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2009년 가을 한국에 왔다. 친척들을 만나 아버지의 한국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와 연애할 때 주고받은 편지 200여통도 모두 읽었다. "6년 넘게 오고 간 편지들을 읽으며 연도별로 어떻게 관계가 진행됐는지 정리했어요. 책을 쓰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였죠."
책을 써가면서 둘은 많이 울었다고 했다. 힘겨웠던 과거를 회상하자니 어쩔 수 없이 감정이 북받쳤던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얘기가 특히 슬펐어요. 잊힌 과거,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올랐으니까요."
딸은 아버지가 항상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예의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항상 점수보다는 '오늘 최선을 다했는지'를 물으셨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엄하게 가르치셨고요. 네 살과 두 살 된 제 두 딸에게도 이런 점은 전해 주고 싶어요."
이철호씨는 천안에서 태어나 6·25 때 부상당한 뒤 우연히 노르웨이로 가게 됐다. 배가 고파 식당의 남은 음식을 먹으려고 설거지에 나섰다가 요리사로 성장했다. 이후 카페·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묄하우센 그룹 경영인까지 올랐다. 그러나 회사가 외국에 넘어가자 한국식 라면인 '미스터 리'를 만들었다. 노르웨이인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기름진 맛을 가미해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도 한 해 3000만개가 팔리며 노르웨이 시장의 70~80%를 장악한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