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러시아 날씨에 맞게 액센트 성능 개조한 쏠라리스
中 수출 아반떼, 디자인 바꾸고 차체 높인 印 전용 소형차도 대박
"모자란 브랜드파워, 변신 끌어내"

지난 6월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는 약 4년6개월 만에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판매량 기록이 경신됐다. 그 주인공은 1만434대가 팔린 현대차 '쏠라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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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겨울이 길고 영하 30도 밑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많은 러시아 기후를 반영해 기존 엑센트를 개조해 쏠라리스를 개발했다. 추운 날씨에도 시동이 잘 걸릴 수 있도록 다른 지역에 판매되는 차량의 배터리용량(45AAH)을 33% 늘린 60AAH급의 배터리를 장착했고 눈이 많이 오는 점을 감안해 4L의 대용량 워셔액 탱크도 탑재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한국 자동차 수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191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한국차의 품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점이 핵심 요인이지만 한국인 특유의 순발력과 적응력을 살린 현지화 전략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자동차를 현지인 시각에 맞춰라

쏠라리스는 러시아의 추운 날씨를 고려해 성능을 바꿨지만 현대차가 2008년 중국에 아반떼를 변형한 '위에둥(悅動)'을 출시할 때는 중국인의 디자인 취향을 공략했다. 현대차는 현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이후 13개월간 650억원을 투자해 위에둥을 탄생시켰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면 램프를 기존 아반떼보다 크고 날카롭게 바꿨고 실내 각종 스위치나 장식에 반짝거리는 크롬 소재를 넣었다. 위에둥은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65만9000여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차 비중이 80%에 달하는 인도에서 '인도 전용 소형차'로 승부를 걸었다. 2007년 말 당시 인도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소형차 i10을 개발한 것이다. 개발 비용으로 2년간 1800억원을 투자한 i10은 출시 이후 지난 6월까지 49만6924대가 팔렸고 유럽에 수출도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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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1998년 아토스를 개조해 인도에 출시한 소형차 쌍트로 역시 현지에 맞게 세세한 부분까지 수정된 차다. 당시에는 생산 차량을 그대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쌍트로는 인도의 도로 대부분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라 차량 바닥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차체 높이를 16.5㎝로 아토스보다 1㎝ 더 높였다. 또 하수시설이 부족해 차가 물에 잠기는 경우도 많은 점을 고려해, 엔진 아래쪽에 있던 전자제어장치를 엔진 위로 옮기기도 했다.

한국형 현지화로 성공

한국 자동차 업체가 현지화 전략에 나선 것은 외국 유명 자동차 업체보다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품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기 때문에 디자인과 부가 기능 등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썼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가 2005년 앨라배마 공장을 지은 이후 디자인 센터 및 기술연구소 등을 잇달아 구축하면서 생산부터 디자인, 기술개발까지 모두 미국 현지에서 할 수 있는 'Made in USA' 체제를 구축한 것도 과감한 투자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1999년 미국에서 품질 신뢰도를 높이려고 시작한 '10년·10만마일(약 16만㎞) 보증'도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란 평가다.

현대차 존 크라프칙 미국법인장은 "10년·10만마일 제도 같은 경우는 포드·GM 등이 따라 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현대차의 현지화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