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주(州) 스프링스의 미 공군 사관학교. 학업담당 학장인 다나 본(Born) 준장이
최정규(대한민국 공사 62기·21) 생도를 총장 공관으로 초청했다. 본 준장은 "한국에서 온 위탁 교육생인데도 중간고사 전 과목
A를 받다니 대단하다"며 "계속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최 생도는 기말고사에서도 공학, 컴퓨터공학, 행동과학, 미적분 등 5개
과목에서 전부 A를 받아 1학년 첫 학기 평점 4.0 만점을 기록했다. 폴란드·싱가포르·필리핀 등 40여 개국에서 온 위탁교육생 100여명은 물론 전체 생도 1066명 중
1등이다.
미 공사는 포브스지(誌) 2011 미 대학평가에서 10위에 오를 정도로 명문대다. 최 생도는 2일 본지 통화에서 "학기
초에 sheet(침대 시트)와 shit(똥)를 구분해 발음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꿈같은 결과"라고 했다.
그는 대원외고 입학
때부터 공사 입학을 꿈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전투기 조종사를 꿈꿨는데 수술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하셨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에어쇼를 다니고 전투기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파일럿이 장래 희망이 됐습니다." 그는 2010년 공사에 입학한 뒤 2학년 재학 중 한
기수에 한 명 선발하는 미 공사 위탁교육생으로 뽑혔다.
최 생도는 작년 6월 가입교 훈련을 위해 미국에 갈 때까지 해외에서 살거나
공부해본 적이 없다. 고교 시절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던 게 전부다. 그는 "그래도 외고를 나와서 영어에는 나름 자신 있었는데 막상 생활영어조차
제대로 안 돼 애를 먹었다"며 "매일 반복되는 숙제에 군사·체력훈련을 소화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고 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전투복 왼쪽 어깨에 붙은 태극기를 보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각국 위탁생들은 전투복에 자국 국기를 붙이고 다닙니다. 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도라고 생각하고 공부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는 학업뿐 아니라 군사 성적에서도 평점 3.5를 받아 각
분야에서 3.0 이상인 생도에게 수여하는 배지를 받았다. 최 생도는 4년간 공부한 뒤 귀국해 중위로 임관하게 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남은
3년 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꿈이자 아버지의 꿈인 전투기 조종사가 꼭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