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들의 이란 석유 수입 금지 조치 가능성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 석유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에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라갔던 유가(油價)가 불과 3~4개월 만에 30달러대로 하락하였다가 작년 리비아 사태로 100달러대로 재진입한 이후 최근에는 이란 핵 문제로 더욱 상승할 조짐까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중동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여 국제 정세 변화가 미치는 불안정한 요인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최근 기술 개발로 돌 속에 함유돼 있는 셰일 석유와 가스가 개발됨으로써 에너지 구도가 중동과 미주·호주 등이 경쟁하는 체제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중동 5개국 원유 수입 비중이 76.8% (2009년)에 이르고, 이 가운데 이란은 9.6%이다. 앞으로 주로 미주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전통 석유·가스 개발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켜 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는 원유의 안정적 공급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에너지 수입국인 동시에 수출국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는 에너지 1415억달러를 수입하고 에너지 제품 377억달러를 수출했으며,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이 에너지원을 가공한 화학제품이다. 미국도 중동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브라질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이를 정제하여 만든 휘발유와 화학제품을 재수출하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 관련 제품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에너지 사용은 세계 10위로 상당히 높은 반면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뒤떨어진다. 국제 에너지 기업의 자본 규모로 보면 석유공사가 70위, 가스공사가 170위 정도이다. 우리 에너지 기업의 정보력과 전문 기술 인력 역시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에너지 외교도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협상 여건이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에너지 공급이 순탄치 않으면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산유국(産油國) 역시 안정적인 에너지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이란이 서방국의 수입 금지 조치에 강경 입장을 보이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비치는 것은 석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자국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중동 국가는 산업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이고 주요 산업이 에너지인데, 에너지 산업이 휘청거릴 때 겪게 될 국내적인 불안을 감안하면 산유국의 협상 위치가 늘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는 우리가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고급 기술 및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이다. 캐나다·호주·브라질 등에서 다양한 에너지원이 개발되고 있는 점도 중동 국가와 벌일 교섭에서 우리가 활용할 협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외교가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 대선 후보와 주요 인사들은 토론회나 언론 기고를 통하여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 국정 연설에서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미국 국내 석유 생산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향후 100여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스를 개발하고 재생 에너지가 2배 이상 증가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에너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