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레이첼 음완자,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부모에게 버림받고 떠돌다 외국인 감독 눈에 띄어 발탁
아프리카 소년兵 고난
다룬 캐나다 영화 '워 위치' 열연
"이젠 글도 배워… 영화가 가족"
18일(현지시각)
열린 제62회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의 '여왕'은 14세의
콩고민주공화국 여배우 레이첼 음완자였다.
베트남계
캐나다 감독 킴 응엔의 '워 위치(War Witch)'에 출연한 그는 이날 첫 영화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된 음완자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버림받은 채 길거리에서 어렵게
살아가던 '거리의 소녀'였다. 그러던 그가 시상식장에서 검은 스팽글이 촘촘히 달린 원피스 차림에 반짝이는 귀걸이와 목걸이로 치장한 채 붉은
장미꽃 다발과 은곰상 트로피를 쥐고 환히 웃었다. "이 영화로 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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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떠돌던 14세
콩고 소녀, 베를린 영화제 신데렐라로…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길거리를 전전하던 콩고 소녀가 '은막(銀幕)의 여왕'이 됐다. 18일(현지시각) 열린
제62회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14살짜리 레이첼 음완자가 첫 영화 '워 위치'에 출연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P 뉴시스
'워 위치'는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참혹함을 소년병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음완자는 반군(叛軍)의 강요로 부모를 제 손으로 죽이고 소년병 훈련을 받는 소녀
카모나 역할을 맡았다. 카모나는 반군 지도자의 정부(情婦)가 되고 '위치(마녀)'로 반군 내에서 존경을 받지만 다른 소년병과 사랑에 빠진다.
폭력과 광기로 물든 전쟁터에서 카모나는 반군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하면서 온갖 수난을 겪는다.
응엔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왜 그런 힘든 영화를 찍으려고 하느냐'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며 "영화는 희망과 화해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 아프리카 내전에 내몰린
소년병들을 그린 영화 '워 위치'의 한 장면.
영화 속 카모나처럼, 음완자도 어린 나이에 질곡의 삶을 살아왔다. 콩고의 수도 킨샤사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콩고를 떠나버린 부모 대신 할머니에게 맡겨졌지만,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는 한 다큐멘터리에 등장해서 받은 출연료를 할머니에게 맡기며 "학교에 보내달라"고 했지만,
할머니가 그 돈을 다른 데 써버린 것을 알고는 집을 나와 보육원으로 갔다. 보육원의 학대를 못 견딘 음완자는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그는 견과류를 팔면서 길거리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영화를 찍으러 킨샤사에 온 응엔 감독의 눈에 띄었다. 연기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거리의 소녀를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응엔 감독은 "음완자는 나와 함께 작업한 어떤 여배우보다도 재능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음완자처럼 별도의 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콩고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음완자는 영화에 캐스팅되기
전까지는 글도 못 읽었다. 그는 17일 '워 위치' 상영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학교도 가고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저에게는 더 이상 가족이 없습니다.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을 가리키며) 여러분이 보시는, 제 곁에 앉은 이분들이 바로 제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