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나눔인 18명 - 어려울수록 이웃 도운 그들 박성배·최명숙·문기석씨, 대장암 말기에도 이원옥씨 이발 무료봉사 3000시간
"나에게 남은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게 가장 보람 있겠다 싶었어요."
'이달의 나눔인'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 강원 춘천의
이원옥(65)씨는 재작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남았다고 한 여명(餘命) 5년을 봉사하며
지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스무 살 무렵부터
강원도 양구에서 이발소를 해온 그는 배변 주머니를 차고서도 노인복지회관, 노인요양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이발해드렸다.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아파도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이발 봉사가 3000여 시간. "이발 받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에 힘이 났어요. 내 힘으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그에게 시련은 훨씬 일찍 찾아왔다. 2002년
부인이 3년 위암 투병 끝에 먼저 세상을 떴다. 유일한 핏줄인 아들도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됐고, 그도 장(腸)에 생긴 커다란 암덩이와
싸워야 했다. 이씨는 "절망으로부터 나를 살려준 게 봉사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8월
강원대병원에서 수술받은 후 암 전이가 전혀 없어 '사실상 완치됐다'는 진단이 나온 것. 그는 "봉사하며 느낀 행복감이 가져다 준 선물 같다"고
했다.
복지부가 매달 주제를 정해 선정하는 '이달의 나눔인'의 12월 주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자기 시간과 자산을 나눈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에 선정된 18명의 이야기는 특히 감동적이다. 자신도 어려우면서 돈을 나누고, 재능과
시간을 나누고, 심지어 장기까지 나눈 사람이 곳곳에 있었다. 심사를 맡았던 복지부 직원은 "어려운 분들이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했다.
이원옥씨(왼쪽),
박성배씨
전북 군산시
소룡동 컨테이너 박스에서 구두를 닦는
박성배(56)씨는 말까지 어눌한 소아마비 중증 장애인이다. 하지만 매일 5000원씩 점심값을
아껴 홀로 사는 노인 일곱 가구에 최근 연탄 2000장을 나눠 드렸다. 그는 낡은 13평짜리 월세 아파트에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내(60)와
산다.
전남 해남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명숙(51)씨는 홀로 4녀 1남을 키우지만 남한테 받은 도움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7년 전 신장을 기증했다. 최근엔 보육 시설 일곱 살 어린이에게 간을 일부 떼어주는 수술도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빨래·배식 봉사를 하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마을회관에 가서 노인들을 보살핀다.
충남 태안에서 쌀가게를 하는
문기석(46)씨는 22년 전부터 고철 등 폐품을 모아 연말이면 수익금을 태안읍에 기탁해왔다. 10년 전엔 봉사단체 '초심회'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 집을 매년 7~8채 무료로 수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