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리나라는 세계 9번째로 연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한국이 경제기적을 이룬 원동력은 바로 무역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길 또한 무역입국(立國)에 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비전을 선포하고 강한 중소기업 육성, 유망 신산업 창출, 신흥시장 개척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역대국을 향한 정책 중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해상교통로 확보다. 해상교통로는 상선(商船)의 바닷길로,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운송되는 우리의 생명선이다. 유사시 해상교통로가 차단되면 우리의 안보는 물론 국가 경제가 마비되고, 생필품 부족으로 국가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의 해상교통로는 주로 초강대국인 미국의 해양력에 의해 보호되었다. 하지만 중국 해군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해양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또 역내(域內) 국가 간 해양 군비경쟁의 가속화로 유사시 우리의 해상교통로에 대해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잠재위협도 증대되어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렇듯 무역을 통해 번영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해상교통로 확보는 국가 경제발전과 안보의 필수조건이다.

1890년 미국 해군 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은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친 영향'에서 강대국이 되려는 국가는 해상무역을 통해 부(富)를 축적해야 하며 평화로운 해운을 위해서는 강한 해군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해양력(海洋力) 이론'을 주창하였다. 지금도 국가의 해상교통로 보호는 국가전략으로 추진된다. 미국은 지구적 차원의 해양자유 보장과 해상교통로 확보를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인 동맹과 대외개입 전략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서(島嶼) 영유권 분쟁에 제3국의 개입을 반대하자 미국은 남중국해의 해상교통로는 미국의 중요한 국가이익임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동맹 및 우방국과의 해양협력을 강화했다. 경제대국 일본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경제와 안보의 연계성을 뼈저리게 인식한 후 해상교통로 보호를 국가전략으로 정립하였다. 최근에는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급속한 해양팽창에 대항해 잠수함과 헬기항모 건조 등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 대륙국가인 중국도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해양국가로 변모하면서 해상교통로 확보를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1993년 원유 수입국이 된 이래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 해군력 증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무역상품의 90%를 해상으로 운송하는 중국은 최근 인도 견제와 원유 수송로 확보를 위해 인도양 서남부의 세이셸공화국에 군사기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해양대국화로 한국의 지정학적 환경은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교차점이 아니라 해양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도서국가로 변화되고 있다. 유사시 주변국의 앞마당을 지나가야 하는 우리의 해상교통로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에 우리의 해상교통로 방위를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고 우리 스스로 방위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해양강대국 틈에서 한국이 무역대국을 통한 선진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상교통로 확보를 해군전략을 넘어 군사·경제·외교를 포괄하는 국가전략으로 정립·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