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20 16:24 - 전통적인 보수운영으로 살아 남아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금융위기로 전세계 은행들이 고전 중이지만 위기의 진원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캐나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캐나다은행들도 금융위기 쓰나미를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잘 견뎌냈다는 평가를 받는 곳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순방 차 캐나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캐나다은행들의 건전성을 극찬했다.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도 미국이 아닌 캐나나식 금융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수적이어서 살아남았다

대체 이들의 비결은 뭘까.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 은행들이 선진7개국(G7) 국가들 가운데 홀로 두드러졌다(striking)"며 "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금융 시스템을 스스로 잘 관리해왔기 떄문"이라며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실제로 캐나다 은행들의 성공 비결은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지점 영업망에 주로 의존해온 보수적인 은행 문화 덕이 컸다. 지난해 12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은행들은 G7국가들 가운데 (재무상태가) 가장 강했다.


▲ 북아메리카 은행 순위, 출처:FT

로렌스 부스 토론토대학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구식 그대로 영업을 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돈이 필요해 은행을 찾는다면 담보가치의 75% 이상을 빌려주지 않고, 당신의 정보를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은행 대부분이 호경기에도 성장을 제한하는 보수적 영업을 고수하면서, 다른 은행들이 바닥을 칠 때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캐나다왕립은행(RBC)과 토론토도미니언은행, 노바스코티아은행, 캐나다임페리얼은행, 몬트리얼은행 등 5대 캐나다은행의 경우 주로 수천개의 지점들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지역적 다각화의 경제`를 강화했는 설명이다.

또 상업은행들의 일부분에 속한 투자은행들 역시 모은행으로부터 엄격한 규제와 검사를 받았고, 현명하지 못한 투자에 대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 미국의 경우 규제가 분산돼 있는 반면, 캐나다는 정부가 8~12년마다 은행들을 재정리하는 작업으르 해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지낸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국보다는 캐나다 시스템을 더 주의깊게 보길 주장한다"며 캐나다와 비슷한 규제 기조를 요구했다.

◇ 배당금 삭감 감내할 만..정부 지원도 마다해

물론 캐나다은행들 역시 금융위기에 완전히 면역된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보통주나 우선주 발행을 통해 72억달러 가량을 조달했고, 배당금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캐나다은행들의 배당률은 7%선으로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캐나다은행들은 지난해 이익의 76%를 배당으로 지급해 최근 10년 평균치인 42%를 크게 웃돌았다. 배당이 조금 깎이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도 거의 미미했고, 만약의 상황을 염려한 정부 지원 계획도 마다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 지원은 양질의 모기지를 사들이는 정기입찰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자기자본(티어1)으로 간주되는 우선주 한도를 높여주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자본투입을 가능케 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도움을 마다하는 상태다.

에드 클라크 토론토도미니언은행 CEO는 "납세자들의 세금 투입에 따른 장기비용을 `과소평가된 마약`"이라며 "지원없이도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주식을 발행해 정부가 주는 약을 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