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7조 총수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이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대한생명 3차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대한생명에 공적 자금을 투입, 국영보험사로 만들기로 했다. 이에따라 대한생명은 일단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으나 최순영회장은 대한생명 경영권과 소유권을 완전히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또 21개 계열사도 대부분 매각·청산하기로 해 최회장의 계열사 재산도 대부분 없어지게 됐다.
지난달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이근웅)는 거액의 외화를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 등을 적용, 징역 5년을 선고함에 따라 최 회장은 모든 재산을 잃고 감옥살이를 해야할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68년 선친의 권유로 신동아그룹 경영일선에 뛰어든 최 회장은 76년 대한생명 대표이사 겸 신동아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다.
86년 국내 최고층인 63빌딩을 건축하면서 대한생명의 사세확장에 발벗고 나서면서 대생을 국내 생보업계 세번째 회사로까지 끌어 올려 ‘성공한 경영 2세’ 기반을 다져왔던 최 회장은 지난해 무역회사 신아원을 통한 외화밀반출 혐의가 검찰에 적발돼 구속수감되면서 파란만장한 31년 경영일생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31년 경영인생 종식

지난달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는 검찰로부터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 등을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모기업인 대한생명에 부실펀드와 채권을 부담·전가시켜 대한생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는 점은 인정되나 20여년간 재벌총수로 사회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68년 7월, 선친의 권유로 동아제분 총무담당 상무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신동아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된 최 회장은 31년 만에 불명예 퇴진과 함께 만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76년 대한생명 대표이사 겸 신동아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대권을 물려받은 최 회장은 86년 국내 최고층인 63빌딩을 건축하면서 사세확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 삼성-교보생명에 이어 국내 생보업계 세 번째 대형회사로 대한생명을 일구면서 ‘성공한 경영 2세'라는 위치를 구축해 왔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을 8년간이나 맡기도 했고, 전주대학교 이사장, 코스타리카 명예대사, 기독교선교재단 이사장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전개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무역회사 신아원을 통한 외화밀반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최 회장의 반평생 경영인생은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최 회장이 구속되리라고 생각하는 관계자들은 별로 없었다.

당시 검찰은 최회장이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에 대한생명 주식 50%를 넘기고 10억달러를 유치하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수사를 보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최 회장은 지난 96년 5월부터 1년여동안 수출서류를 위조해 국내 4개 은행에서 수출금융 명목으로 1억8500여만달러를 대출받아 이중 1억6500여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돼 지난달 27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 받게 됐다.

대생 국영화 최회장 주식 소각

한편 정부는 대한생명에 대한 3차 입찰도 유찰됨에 따라 공적자금을 투입, 대한생명을 일단 국영보험사로 운영키로 했다. 이에따라 최 회장은 대한생명에 대한 경영권과 소유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협상을 벌여왔던 미국 AIG, 파나콤 등 인수희망사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더이상 매각작업이 정부측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생명의 부채대비 자산부족분(순자산부족액)이 3조원에 달해 너무 낮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값으로 대생을 매각할수 없다는 게 정부측의 입장이었다.

정부는 대한생명을 국영보험사로 지정, 정상화 발판을 마련한 다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거나 해외 유수 보험사에 경영을 위탁한 후 다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대한생명이 신동아화재, 대생개발, 63쇼핑 등 21개 계열사에 대출해 준 2조4천여억원에 대해서는 계열사 자산매각 등을 통해 최대한 대출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일가가 소유했던 대한생명 지분도 모두 소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생명 지분은 100% 최 회장 일가가 소유했으나 정부가 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존 주식을 완전 감자하면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대한생명의 21개 계열사도 상장사인 신동아화재와 한일약품을 제외하고 모두 최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출금 회수를 위해 청산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으로 변하게 됐다.
따라서 최 회장은 신동아화재 지분 1만주(시가 1억여원)만을 남겨 놓고 감옥생활을 해야할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자산규모가 17조원에 달하는 그룹 총수에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로 전락한 최순영 회장의 인생유전은 인간사의 새옹지마와 격세지감을 실감케 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