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뢰슬러, 베트남 고아에서 獨 경제장관으로
변화 열망 獨국민들에 인기 "쌍둥이 돌보느라 바쁘다" 2009년 입각 거절해 화제
"젊고 잘생긴 이미지만 있어" 한편에선 정치 애송이 취급
"나는 내게 많은 것을, 그리고 모든 것을 안겨준 조국에 감사합니다. 독일은 미국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더 좋은 나라입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2일 필립 뢰슬러(38) 보건장관을 신임 경제장관으로 임명했다. 자신의 생일조차 모르는 베트남 전쟁고아 출신 입양아였던 뢰슬러가 유럽 경제 대국의 최고 경제 책임자로 비상하는 순간이었다. 뢰슬러는 지난 4월에도 이미 한 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집권 연정의 자유민주당(FDP)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당을 위기에서 구출할 차기 대표로 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13일 대표에 취임한다.
뢰슬러에게는 '젊고 미남이며 영리하다'는 평이 붙어 다닌다. 기존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도 강점이다. 2009년 입각제의를 받았을 때 "쌍둥이 딸을 돌봐야 하므로 사양한다"고 거절한 것이 오히려 그에 대한 대중적 호감을 높였다.
- ▲ 필립 뢰슬러 독일 보건장관이 11일 내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를린의 총리공관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신임 경제장관에 지명됐고 13일 집권연정에 참여한 자유민주당(FDP) 대표에 취임한다. 젊고 잘생겨 귀공자처럼 보이지만 베트남 전쟁 때 독일 군인에게 입양된 전쟁고아 출신이다. /로이터 뉴시스
어린 시절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이룬 개인적 성취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73년 베트남 남부 칸호아에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생후 9개월 때 독일군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가 네 살 때 양부모가 이혼해 직업 군인이자 헬리콥터 조종사였던 아버지가 그를 키웠다. 하노버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 의사가 됐고, 동료 의사인 비브케와 결혼해 올해 세 살인 딸 쌍둥이를 두었다.
19세 때 일찌감치 FDP 청년 조직에 들어가 정치의 꿈을 키웠다. 2009년 총선 후 FDP가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과 연정을 구성할 때 16명의 장관 중 최연소(당시 36살)로 연방 보건 장관에 취임하며 전국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당시 독일 최초의 동양계 장관으로도 주목받기도 했다.
뢰슬러에 대해서는 '차기 총리감'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뢰슬러는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한 언론은 "뢰슬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나 알고 있을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애칭인 '밤비'가 '애송이'란 뜻으로 통하기도 한다. 뢰슬러가 FDP 당대표로 취임한 뒤에도 기존 지도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장관에 임명된 후 뢰슬러는 애송이 이미지 벗기를 시도하고 있다. 겸손하고 조용하던 스타일부터 바꿨다. 그는 최근 '디 차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도 베스터벨레 FDP 현 대표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신용을 얻을 수 없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언론들은 "밤비가 이빨을 드러냈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인기가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당장 독일 경제의 물가 불안 조짐을 그가 어떻게 처리할지 독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