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1조달러 무역, 수출 5위, 무역 9위, '뜨거운' 숫자, '차거운 '체감 경제
3년내 佛·英·이탈리아 따라잡고 무역 세계 5위로
英·佛·日 등 선진국보다 7년 빨리 무역 1조달러 클럽에
제조업 경쟁력, 조선·중공업 세계시장점유율 1위
반도체·휴대폰 세계 2위, 자동차 5위, 철강 6위
브랜드 파워까지, 명함도 못내밀던 한국 휴대폰
현재는 매년 4억대 넘게 팔려, 현대차 시장 점유, 美서 벤츠·BMW 제쳐
상반기 무역규모 5334억달러, 11월 1兆달러 돌파
한국이 대망의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올해 11월경 달설한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무역규모는 1946년에는 수입이 수출보다 10배난 더 많은, 수출 350만달러, 수입 4950만달러로 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1967년 10억달러, 1974년 100억달러, 1988년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제 23년이 지나 2011년에는 명실공히 선진국 클럽인 무역 1조달러 국가로 세계 무역액수로는 9위, 수출 액수로는 제5위에 등극한다. 예전에 까마득한 선진국으로 인식되었던 영, 불, 이를 능가하는 숫자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올해 무역규모를 1조850억달러(수출 5570억달러, 수입 5280억달러) 로서 1조달러가 확실시 되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290억달러로 잡았다. 나라의 경제가 융성하다고 하니, 듣기에 좋다.
무역규모 증가 속도는 앞서 돌파한 미국·중국·독일·일본·프랑스·네덜란드·영국·이탈리아 등 8개 국가 중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다. 프랑스(2006년·이하 1조달러 돌파 연도)·영국(2007년)·네덜란드(2007년)는 무역규모가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까지 늘어나는 데 30여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23년 만에 돌파한다. 지금과 같은 가파른 수출 증가율을 감안하면, 한국은 2~3년 이내에 영국·프랑스 등을 제치고 세계 5대 무역대국에 올라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가능하다.
한국이 지금의 무역선진국이 되기까지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전해온다. 현대차의 경우 지금은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는 '경쟁력'을 대체로 갖춘 나라가 되었지만, 1976년 현대자동차는 미국이 아니라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수출했다. 국산 자동차의 첫 수출이었다고 한다. 미국 시장에는 1986년에서야 첫 미국시장 문을 뚫었다. 하지만 누구도 한국차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렇게 조롱 받던 현대차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GM·포드에 이어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벤츠와 BMW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를 제쳤다.
삼성전자도 지금은 세계가 다 인정하는 휴대폰업체이지만 1997년만 해도 홍콩의 한 통신업체에 휴대폰 2개 모델을 수출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해외에서 통신칩 등 각종 부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모토로라 등 글로벌 휴대폰업체들은 한국 휴대폰을 조소했다고 한다. 아시듯이 14년이 지난 지금 한국 휴대폰은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매년 4억대가 넘는 휴대폰이 해외 시장에서 팔리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광복후나 1960년대의 수출품목을 보면 오직 1차산업이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즉 1946년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오징어, 중석(텅스텐)이었다. 수출 대상국은 중국과 일본 단 두 나라. 연간 수출액은 불과 350만달러였다. 1960년대 초에는 대한민국의 10대 수출품은 철광석·무연탄·오징어·흑연·돼지털 등 광물과 농·수산물이었다. 1970년대 수출품은 섬유·합판·신발 등 경공업 제품이 주류였고, 1980년대 의류·철강·선박·영상기기를 거쳐 지금은 반도체·선박·자동차·LCD디스플레이·휴대폰·합성수지 등으로 발전했다. 가발, 돼지털에서 첨단 반도체·스마트폰으로, 기술과 산업 구조 발전에 따라 수출 품목도 첨단화·고부가가치화 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은 올해 전체 무역 규모 면에서 미국·중국·독일·일본·프랑스·네덜란드·영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위다. 수출은 이미 영국과 이탈리아 등 우리보다 먼저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한 선진국들을 앞질렀다. 올해 4월 현재 작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27.9%로 세계 최대의 수출대국인 중국(27.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선진국뿐 아니라 러시아·브라질·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수출이 50%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 제조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잇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공업(세계 점유율 1위),자동차(세계 5위), 철강(세계 6위) 등이 세계시장에서 강세이며, 반도체(세계 2위), 휴대폰(세계 2위)같은 첨단 제품, 플라스틱·화학 같은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소재·부품·완성품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가 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 플라스틱 합성수지와 반도체, 기계부품 등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와 TV·스마트폰 같은 완성품도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이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연다는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까마득해 보이던 영, 프, 이태리를 능가하는 수출 5위 강국이 되고, '손톱'만큼 '작은' 남한이 큰 나라 인도, 브라질을 제끼고 세계무대에서 무역 9위를 지킨다니 실은 너무나 감개무량한 사실이다. 9위안의 국가들 중에 네덜란드만이 우리나라 보다 작을 뿐이다. 큰 재화가 될 수 없는 돼지털과 아낙네들 머리털을 수출하던 60년대가 고작 50년전 아닌가. 세계가 투지와 근면의 한국인들을 칭송하는 이유는 정당한 것이다. 이 시대 한국인의 자부심이 팽배하다면 기실 정당한 것이다. 필자는 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저 '뜨거운' 숫자들은 또한 한국경제의 그늘도 안고 있다.
첫째로, 무역 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작년 발표한 'G20 주요 경제지표(2009년 통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GDP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43.4%로 20개국 중 1위였다. 2위인 독일(33.6%)보다도 9.8%포인트를 앞선 수치다. 3~8위인 멕시코·중국·러시아·캐나다·인도네시아·남아공은 20%대이며 특히 일본이 11.4%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라질(9.7%)·미국(7.5%) 등도 수출 의존도가 크게 낮았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올해 들어 더 심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GDP 대비 수출 비중은 52.2%로, 1953년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자원도 없고 시장도 좁은 대한민국이지만, 국민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러나 52,2%는 너무 높다. 일본의 11%를 거울삼아, 대외경제 의존도를 낮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경제가 내수가 부실해도 곤란하다. 한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할수록 일테면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같은 대외 변수에 의해 한국 경제가 급격히 흔들릴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중국 무역 의존도 역시 너무 높다, 한국 수출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인 중국으로 부품 수출이 급증한 데에 힘입었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은 작년 1168억달러(약 125조원)로 전체 수출의 25%나 차지했다. 중국 덕분에 수출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이것은 거꾸로 보면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셋째로, 대일본 무역적자는 살인적인 숫자이다. 올해 한국의 무역 흑자액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약 290억 달러이다. 그러나 근년에 대 일본 무역적자액은 약 270억 달러이다. 제품의 핵심소재나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해야하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대일 무역적자를 대폭 줄인다면,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넷째로, 수출이 늘어도 '그들만의' 잔치여서는 곤란하다. 내수는 부실하고, 중소기업, 자영업자 박탈감이 크다. 이를테면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한 고환율정책은 수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다. 대기업은 흥했는지 모르지만 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고통받는 기업들도 많고 국민들도 많다. 수출을 통한 경제적 과실이 소수 대기업에 돌아가면서 전체 기업의 약 90%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박탈감만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예전엔 대기업의 수출 증대가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부(富)를 이전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효과를 거뒀는데 최근 들어 수출이 늘어나도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불황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을 중소기업이 점령율을 높이는 것은 어떨까 한다. 한국의 무역규모와 질이 급격히 증가하고 향상되었다는 소식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저 '화려하고' '뜨거운' 성장과 규모의 숫자에는 깊은 그늘이 덮혀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뜨거운' 숫자놀음이라는 것이다. 이즈음 대한민국 국민들과 중소기업체, 자영업자들은 현란한 숫자들에 오직 현기증을 느낄 뿐이다. 정부의 '솜씨좋은' 산업촉진정책과 분배정책이 요구된다. 수출이 '저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행복으로 체감되어야 할 것이다.
전세, 생활 물가는 폭등하고 있고, 가난한 대학생들은 등록금 없어 시위하고, 빈곤한 청소년들은 수백만에 이른다. 청년들은 실업자로 전락한다. 게다가 날마다 들려오는 공직자들 비리는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행정 책임자들은 예산을 물쓰듯 하며, 탕진하여,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절망케 한다. 수출강국으로 거듭나는 대한민국이라도 해묵은 '부패'가 여전하다면 진정한 강국은 아니다. 1조달러 교역으로 세계 9위라는 놀라운 무역국가에 걸맞은 행복한, 정직한, 청렴한 대한민국이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의 무궁한 진취와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