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아들과 함께 첫 야구관람, 글러브 사주며 "홈런볼 잡자"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던져준 공 받다 7m 아래 추락
18년 근무 소방서엔 애도 행렬… 공 준 선수, 사고 충격에 결장

야구장에서 여섯살 난 아들을 위해 공을 잡아주려다 추락사한 젊은 아빠 이야기가 미국을 울리고 있다.

텍사스주(州) 브라운우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섀넌 스톤(39)은 지난 7일 미 프로야구(MLB) 경기에서 외야수가 던져준 파울볼을 잡으려다 난간 너머로 추락해 사망했다.

"오늘 아빠랑 꼭 홈런볼을 잡자"

USA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사고가 나던 날 스톤은 외아들 쿠퍼와 함께 브라운우드에서 240㎞ 떨어진 알링턴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 경기를 보러 갔다.

쿠퍼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 조시 해밀턴의 유니폼을 입었다. 태어나서 야구장에 처음 가보는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던 스톤은 스포츠용품점에 들러 쿠퍼에게 새 글러브를 사주며 "오늘 아빠랑 꼭 홈런볼을 잡자"고 약속했다.

부자는 알링턴 구장의 좌익수 쪽 외야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쿠퍼의 영웅이며 아메리칸리그 MVP인 외야수 해밀턴 선수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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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타까운 순간… 알링턴 텍사스 레인저스 홈 구장에서 7일 외야수가 던져준 공을 잡으려던 섀넌 스톤(39)이 6세 아들 쿠퍼(맨 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심을 잃고 난간 너머로 떨어지고 있다(왼쪽 사진). 다음 날 경기에 앞서 스톤에게 공을 던졌던 조시 해밀턴(턱수염 기른 선수)을 비롯한 레인저스 선수단이 이 사고로 숨진 스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AP

스톤은 해밀턴 선수가 가까이 오자 "파울볼 좀 던져달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해밀턴도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2회 말 레인저스 수비 때 파울볼을 잡은 해밀턴은 약속대로 스톤 부자를 향해 공을 던졌다.

스톤이 공을 잡으려고 84㎝ 높이의 난간 너머로 몸을 내미는 순간 몸이 휘청하며 균형을 잃었다. 옆자리 관중이 놀라 손을 뻗었지만 스톤은 난간 너머 7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놀란 쿠퍼가 비명을 지르며 "아빠!"하고 소리쳤다. 경기장 내 안전요원들이 황급히 스톤을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러나 스톤은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소방서 앞에 쌓인 꽃과 편지

MLB와 스포츠 팬들은 젊은 아빠 스톤의 죽음에 할 말을 잃었다. 공을 던져 준 해밀턴은 사고 충격으로 다음 경기에 결장했다. 해밀턴은 10일에야 "놀라서 아빠를 부르던 쿠퍼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스톤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일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한때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해 지난해 MVP를 수상한 정상급 선수다.

레인저스 구단은 경기장에 조기를 내걸고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야구팬들도 의연금을 모으고 있다. 스톤이 18년간 근무해온 소방서 앞에는 소식을 듣고 각지에서 보내온 꽃과 조문 편지가 쌓였다. 스톤의 장례식은 11일 고향 브라운우드의 한 교회에서 거행됐다. 브라운우드 시민들은 이날 애도의 뜻으로 종일 자동차 전조등을 켰다.

USA투데이는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것은 평범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꿈"이라며 "이 사건은 교훈조차 얻을 수 없는 비극"이라고 전했다.

레인저스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 삶이 얼마나 덧없고 연약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며 "가장을 허무하게 잃은 부인과 아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