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인 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김황식 국무총리는 근처 식당에서 수행비서, 경호원 2명과 함께 된장찌개를 먹었다. 점심을 마친 김 총리는
"평택의 소방관 빈소로 가자"며 차에 올라탔다.
당황한 경호원들이 총리실 의전관과 경호팀에 이
사실을 알리려 하자 김 총리는 "알리지 마라. 조용히 조문(弔問)하고 싶다"고 했다. 총리가 움직이면 으레 총리실 고위 간부들과 의전관이
수행하고, 경호차량도 3~4대 따라붙는다.
김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이재만(39) 소방위와 한상윤(31) 소방장이 평택 서정동
가구전시장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사건을 보고받았다. 김 총리는 곧바로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평택에 다녀오려 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조용히 혼자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오후 2시쯤 평택 장당동의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김 총리는 유족들의 손을 붙잡고
위로했다. 김 총리는 숨진 이재만 소방위의 아들(9)에게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신지 아니?"라고 물었다. 아들이 "소방관"이라고 답하자
주변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고, 김 총리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총리실 간부들은 김 총리의 '잠행'을 다음날인 5일 알게 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출근해서 총리실 관련 언론 보도를 살펴보다가 총리가 전날 빈소에서 찍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를
수행하는 의전실에서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간부들이 '왜 그리 조용히 가셨느냐'고
묻자 김 총리는 '조문 가는데 다 따라갔으면 유족들이 불편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