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아빠는 편하고 아이만 방전되는 셀프 놀이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위즈덤하우스 | 위즈덤하우스 | 입력 2015.04.03 10:01 | 수정 2015.04.03 10:02


아이가 자라면 아빠는 아이와 노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들이라면 그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아이들은 좀처럼 지치지 않고 새로운 놀이를 요구하는 통에 결국 아빠의 진이 다 빠지기 일쑤다. 이럴 때 효과적인 놀이가 바로 '셀프 놀이'다. 셀프 놀이는 앞에서 소개한 슈퍼맨 놀이와 공통점이 있다. 아이의 에너지 소모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슈퍼맨 놀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를 금세 방전한다.

하지만 아빠는 슈퍼맨 놀이보다 힘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된다. 아빠는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쉬면서도 놀이가 가능하다.

셀프 놀이의 기본 원칙은 '노 터치'다. 아빠의 힘이 많이 들어가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빠는 규칙을 만들고 아이에게 시범을 보여준 후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으면 된다. 물론 아빠놀이의 필수 양념인 큰 목소리와 추임새까지 쉬어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우 선 베개 2개를 3미터 거리에 놓아둔다. 그다음 아빠가 양쪽 베개 사이를 왕복하면서 "한 번, 두 번" 횟수를 세며 달린다. 아이들은 금세 자기도 해보겠다며 나선다. 이제 횟수를 정할 차례다. 여덟 살 남자아이의 왕복 달리기 한계 횟수는 대략 50회다. 누차 설명했듯 목표는 한계치보다 많아야 한다.

선택권이 아이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꼼수도 필요하다. "100번 할래, 200번 할래?"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횟수가 적은 쪽을 선택한다. 물론 그것도 아이에게 벅찬 목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아빠는 소파에 앉아 "준비, 출발!"을 외친다. 아이가 왕복할 때마다 횟수를 센다. 중간중간 "화이팅!", "우리 아들 잘 달린다!" 같은 추임새도 적절하게 섞어준다. 30회쯤 지나면 아이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질 것이다. 아이는 뛰다가 다리를 크게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기도 한다. 바로 이때가 놀이를 중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빠가 "그만!"을 외치면 아이는 그 자리에서 바닥에 뻗을 것이다. 그럼 아빠는 수건으로 아이의 땀을 닦아주며 "아빠랑 또 뭐 하고 놀까?"라고 슬쩍 묻는다. 아이는 십중팔구 "좀 쉬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는 100번을 왕복하기로 하고 중간에서 그친 데 대한 멋쩍음과 미안함으로 아빠에게 더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풍선을 불어 실을 묶은 후 천장에 고정한다. 풍선 3~5개 정도를 공중에 매달고 아이가 직접 발로 차도록 한다. 색색의 풍선을 매달면 아이의 놀이 본능을 한껏 고조할 수 있다. 풍선을 발로 차며 아이의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셀 프 놀이는 일상에 지친 아빠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유용한 놀이다. 어떤 아빠들은 매일 셀프 놀이 카드를 꺼내지만 너무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놀이가 아니라 고생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가 적당하다.

저자: 권오진

출판사: 예담friend